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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가현산 진달래 축제와 운유산의 오리백숙

큰누리 2014. 4. 13. 18:07

<2014. 4. 12. 김포 가현산>

분명히 김포 장기동의 가현산으로 알고 다녀왔는데 지도 검색을 하니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동이나 금곡동으로 뜬다. 정확한 행정구역은 알 수 없으나 김포시와 인천시의 경계지역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김포공항 쪽에서 접근성이 좋고 진달래 축제도 김포 양촌읍 쪽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김포 가현산으로 부르는 것 같다.

김포 한강신도시에 1년 전에 입주한 직장 선배로부터 가현산 진달래 축제 개시일이니 모임을 그곳에서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예전의 舊도로 감각만 가진 나는 달라진 김포 신도시(?)에 당혹스러워 하며 힘들게 찾아갔다. 약속장소는 뉴고려병원 앞...

 

가현산을 향해 뉴고려병원 바로 뒤로 오르면 군부대가 있다. 군부대 부근은 늦은 개나리와 벚꽃, 조팝나무가 어우러져 진달래 축제가 아닌 벚꽃 축제장에 온 느낌이 들 정도였다. 화사한 개나리와 벚꽃들을 감상하며 군부대를 지나면 가현산이 있다. 30분 남짓 산길 주변의 산벚꽃, 갈색을 띤 초록색 참나무 새순, 물오른 초록색 찔레를 보면서 오르면 가현산 정상에 진달래 축제장이 있다. 축제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진달래 축제를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진달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상의 진달래 축제장 규모는 강화의 고려산이나 여타의 산보다 규모는 작지만 볼만은 하다. 유감이라면 올봄의 날씨가 일찌감치 더워서 진달래 축제 시작일이란 말이 민망할 정도로 꽃이 이미 시들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부근에서 가장 개화가 늦다는 강화도의 고려산 역시 가현산처럼 진달래가 절정이거나 시기를 막 지났을 것 같다.

 

진달래 구경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현지인(!)인 선배의 추천으로 뉴고려병원 맞은편에 있는 운유(雲遊)산 농원으로 갔다. 한방 오리백숙과 닭볶음탕을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제대로 먹으려면 2시간 전에 요리를 미리 부탁해야 한다고 한다. 닭이나 오리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부드러운 오리백숙이 맛있었다. 밑반찬도 상당히 깔끔하고 맛있었는데 된장에 무친 원추리 무침이 특히 입에 잘 맞았다. 선배가 덤으로 시켜준 복분자 막걸리도 아주 맛있었다. 올들어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의 봄꽃 구경은 이렇게 김포 가현산 진달래 축제로 막을 내렸다.

 

 

<가현산의 진달래>

 

 

<김포 장기동 뉴고려병원에서 가현산으로 가는 길의 뒷산과 드러누운 매화>

신갈나무 등의 참나무류와 오리나무, 찔레 등의 새순이 돋아 연녹색 숲이 싱그럽다. 매화나무는 어쩐 일인지 일부는 가지가 부러지고 일부는 땅바닥에 완전히 드러누워 있었다. 그럼에도 단아한 자태와 향기는 어느 꽃에 뒤지지 않았다.

 

 

 

<군부대 주변의 벚꽃과 개나리>

다른 곳은 이미 벚꽃이 졌는데 이곳은 한창이다. 개나리도 비교적 개화가 늦어 꽃이 많이 남아있고, 하얀 조팝나무까지 어우러져 있다. 이곳부터 가현산까지의 산길에 있는 벚꽃들은 꽃색이 짙어 얼핏 보면 살구꽃이나 복숭아꽃 같다.

 

 

 

 

<군부대 주변의 민들레와 애기똥풀>

 

 

 

<군부대 주변의 산벚꽃>

산벚꽃은 갈색을 띤 잎이 특징인데 이곳의 산벚꽃은 꽃색까지 화려하다.

 

 

<가현산 종합 안내도>

 

 

<가현산 입구>

 

 

<가현산의 남산제비꽃>

남산제비꽃은 서울의 남산에서 발견되어 붙은 이름이다. 타원형이거나 하트 모양인 다른 제비꽃잎과 달리 잎이 3갈래로 완전히 갈라지는 특징이 있다. 꽃은 흰색으로 4~5월에 피며, 꽃잎 안쪽에 자주색 세로줄무늬가 있다.

 

 

<가현산의 왜현호색>

산기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현호색과는 꽃색과 잎모양이 약간 다르다. 현호색이 자주색 꽃에 잎이 결각이 있는데 반해 왜현호색은 푸른색 꽃이고 잎에 결각이 없다.  꽃은 모두 4월에 핀다.

 

 

<가현산 등산길>

이 시멘트 길 말고 다른 방향에는 흙길이 있다고 한다. 왼쪽의 살구꽃 같은 밝은 분홍색 꽃은 산벚꽃이고, 중앙의 작은 흰색 꽃이 원래 벚꽃(색)이다.

 

 

<가현산 정상과 진달래 축제장>

정상 너머에서 숨은 그림 찾기와 먹거리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우리는 번잡한 것이 싫어서 그곳에 들르지 않았다. 헬기장 주변에 포진한 진달래 군락이 가장 크고 아름답다.

 

 

 

 

<가현산 진달래 축제장>

 

 

 

 

 

 

<운유산 농원 참쉼터>

검은 비닐하우스 같은 가건물인데 내부는 깔끔하고 아늑하다. 자연스런 실내장식도 느낌이 좋다. 몇년 전에 불이 나서 창고였던 곳을 개조해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운유산 농원의 닭볶음탕과 볶음밥>

5명이 닭볶음탕 1마리와 오리 백숙 1마리를 시켰는데 반 정도 밖에 못 먹어서 남은 음식은 집으로 싸갔다. 된장으로 무친 원추리와 쌉싸름한 엄나무순 데침이 맛있었다. 먹고나면 오리백숙은 남은 국물로 죽을 끓여주고, 닭볶음탕은 밥을 볶아주는데 둘다 맛있다.

 

 

 

 

<운유산 농원의 엄나무 한방 오리백숙과 밑반찬, 죽>

닭볶음탕도 맛이 좋지만 나는 오리백숙이 부드럽고 구수해서 입에 더 잘 맞았다.

 

 

 

 

<운유산 농원에서 본 낙조 명소>

날이 맑으면 일몰이 장관이라고 한다. 아래 아파트 단지는 예전에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촬영지인 양촌리 일대라고 들었는데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촬영한 곳이 아래처럼 아파트 숲으로 변했다면 그야말로 상전벽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