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1.07. 당오름 둘레길, 송당 본향당, 백주또 자녀 석상들

큰누리 2021. 8. 28. 21:58

<송당리 당오름둘레길>

박물관 같은 곳을 들르기엔 늦은 시각인데 동생이 당오름에 하루방 같은 석상들이 무더기로 있다고 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가보기로 했는데 네비게이션이 엉뚱한 길로 안내를 해서 깊은 산중에서 고립되어 버렸다.

다행히 당오름둘레길 이정표를 찾았고, 그걸 보아가며 당오름둘레길부터 돌기로 했지만 저무는 시각이라 부담이 컸다. 우리가 당오름둘레길을 30분 정도 걷는 동안 딱 1명과 마주쳤을 뿐 주변에 민가도 없고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가 걸은 당오름둘레길은 본향당에서 시작하여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끼고 총 3.2km였다.

 

 

-현지 안내문 정리-

당오름은 구좌읍 송당리에 있으며 표고가 274m, 비고가 69m이다. 오름 기슭에 본향당이 있어서 '당오름'이라 하고, 한자로는 당악(堂岳)으로 썼다. 오름은 전체적으로 나직하고 둥그스름한 산체를 이루며 남동쪽은 머리에 해당하고, 서북쪽은 완만한 사면을 이룬다. 북쪽 사면은 얕게 패어 내려서 북서쪽으로 침식된 말굽형 화구를 지닌 화산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 비탈에는 삼나무, 해송 등이 어우러져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1.36km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송당 당신금백조(백주또)의 열여덟명 아들과 스무명의 딸 석상들≫

당오름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걸었더니 당오름 안내석이 보이고, 둘레길 끝에 송당 본향당, 백주또의 아들 딸 석상들이 있었다. 먼저 송당 본향당부터 들렀는데 들어가 보니 당우 1채와 시멘트로 만든 작은 보관함(!) 같은 것만 있었다. 제주도에서도 송당 본향당은 백주또라는 무속신앙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는데 눈에 띄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한바퀴 둘러본 후 바로 되돌아 나와 본향당 입구에 있는 동생이 말한 '하루방 같은 무더기 석상'을 보았다. 하루방 같은 무더기 석상은 송당 본향당의 당신인 여신 금백조(백주또)의 아들 열여덟과 딸 스물여덟명의 석상이었다.

 

 

<당오름둘레길>

네비게이션이 본향당이 아닌 산속으로 안내를 하여 우리는 본향당 반대 방향(왼쪽 화살표)에서부터 걸어 들어왔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타이어 재질로 깐 보도 양쪽으로 활엽수와 좀깨잎나물, 거북꼬리풀, 관중 같은 풀들이 무성했다.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삼나무가 있고, 꽤 깊은 산중이라 사람이 올 것 같지 않음에도 뜬금 없이 운동시설이 있었다. 

 

 

 

 

<당오름둘레길의 풀들>

맨 위 식물은 서울지역에서는 붉은서나물로 불리는 식물과 아주 비슷한데 남부지방에서는 꽃색이 주홍색이다. 그래서 이름도 주홍서나물이다. 두번째 식물은 제주도의 사람 손길이 잘 닫지 않는 곳에서 맹위를 떨치는 거북꼬리풀이고, 세번째와 네번째 식물은 각각 팔손이와 관중이다.

 

 

 

 

 

<송당리 당오름둘레길>

3km 거리에서 중간쯤 되는 위치이다.

 

 

 

<송당리 당오름둘레길의 유일한 편의(!) 시설>

주변도 우중충한데다 여름에는 모기 때문에 저런 곳에 접근이나 할 수 있겠느냐며 동생과 함께 웃었다.

 

 

<송당리 당오름 정상으로 오르는 길>

 

 

<송당 본향당>

지정 : 제주특별자치도 민속문화재 제9-1호.

소재지 :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199-1번지.

신당(神堂)은 무속신앙의 성소이다. 당(堂)은 성격과 기능에 따라서 마을 토주관(土主官)인 본향당, 산육(産育)과 치병을 담당하는 일뤠당주로 뱀신과 관련 있는 요드레당, 어부와 해녀의 해상 안전과 풍요를 관장하는 돈짓당.개당.남당 등의 해신당수렵과 목축을 담당하는 산신당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본향당은 마을의 생산과 물고, 호적, 장적 등을 담당하는 당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당골들은 매해 당굿에 참여하여 일년 동안 무사안녕과 생업의 풍요를 기원한다.  

 

송당 본향당은 구좌읍 송당리의 본향당으로 당신은 여신 '금백조(백주또)'이다. 금백조와 남편 '소로소천국'의 자식들이 제주도 곳곳에 당신으로 좌정하였다고 하여 현재 신당의 원조로 여겨지고 있다.

제삿날은 음력 1월 13일, 2월 13일, 7월 13일, 10월 13일이다. 이 당의 당굿은 1986년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이 당은 2005년에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송당 본향당 입구>

 

 

<송당 본향당>

기와를 얹은 당우는 전사청이나 제기고 같은 곳이고, 오른쪽의 시멘트로 만든 작은 사당 같은 건물이 본향당이다. 너무 초라해서(!) 의아했는데 민속박물관에 신당에서 제사 올리는 미니어처가 있어서 상황 이해가 되었다. 본향당은 아주 작은 사당, 혹은 종묘의 신실 1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송당 본향당의 제사를 준비하는 당우>

제기고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전사청이라고 부르기도 좀 그렇지만 어쨌거나 제사용 물품을 보관하고 제사 준비를 하는 곳이다.

 

 

<송당리 본향당 당주인 금백조(백주또)의 아들, 딸들 석상에 대한 안내문>

송당 본향당의 당신은 백주또 여신이다. 백주또는 남편인 소로소천국과 결혼하여 아들 열여덟, 딸 스물여덟을 낳았는데, 이 자손들이 제주도 전 지역의 마을로 흩어져 당산으로 좌정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송당 본향당을 제주도 각 마을 당의 조상으로 여기며 '불휘공(태초의 뿌리)'이라고 부른다. 이 석상들은 웃손당 본향 백주또할망(여신)과 알손당 당산 소로소천국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열여덟과 딸 스물여덟을 표현한 것이다.   -현지 안내문에서 경어를 뺌-

 

 

<송당리 본향당 당주인 금백조(백주또)의 열여덟 아들, 스물여덟명의 딸 석상들>

이걸 보러 당오름산 아래로 갔다가 생각지도 않은 당오름둘레길을 돌고 본향당에도 들렀다. 대체로 표정이나 자세가 비슷했고, 표정은 깊지 않지만 옅은 미소를 띠거나 무표정하면서도 어린아이처럼 해맑았다. 

 

 

 

 

<확대한 금백조(백주또)의 여덟 아들, 스물여덟 딸 석상들>

모아쥔 손은 마주잡기만 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연꽃(?)이나 빗자루 같은 삼각형 모양, 두루마리 같은 것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