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불가리아·세르비아·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불가리아 - 차르베츠 언덕의 벨리코투르노보 성

큰누리 2019. 10. 7. 00:23

<발칸 7개국 2일 차 일정 2>

루마니아 시나이아 MARA 호텔 08:45 출발 - 주유소(휴게소) - 부카레스트 크레출레스쿠 정교회 교회 - 혁명 광장(공산당사, 국립도서관, 국립미술관) - 인민궁전 외관 - '코리아'에서 한식 점심 - 다뉴브강 건너 불가리아 국경 통과 - 불가리아 차르베츠 언덕의 벨리코투르노보 성, 성모승천교회 전통공예의 거리 - 아르바나시 파크 호텔 투숙. 

불가리아 국경을 넘은 후 주유소(휴게소)에서 Efes, Cozel 캔맥주를 4유로에 사서 동생과 함께 버스에서 마셨다. 
루마니아 화폐는 레이, 불가리아는 레바이지만 두 나라 모두 EU 동맹국이라 유로화가 통용되었다. 그 점을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보스니아나 세르비아에서는 자국의 화폐만 받는 곳이 대부분이라 유료 화장실의 경우 난감했다. 나중엔 귀찮아서 동생에게 환전이나 회계를 맡겨 버렸다. 국경을 넘자 완만한 경사지를 따라 광활한 해바라기 밭이 펼쳐지고, 도로변에는 아카시, 소나무, 염주나무 등이 늘어서 있었다. 1시간쯤 뒤에 벨리코투르노 시에 입성했고 한적한 시청사 앞에서 내리니 바로 앞이 벨리코투르노보 성(차르베츠 언덕)이었다. 현지 가이드는 첫째 날엔 없었고, 인솔자는 사전 설명도 없이 1시간 20분만 시간을 주어 각자 알아서 성채(요새) 투어에 나섰다.


벨리코투르노보의 차르베츠 언덕12~13세기, 불가리아 제국의 수도이자 요새였다. 
3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절벽처럼 높은 언덕에 왕궁을 짓고, 사방을 돌로 쌓아 견고한 요새를 만들었다. 헝가리 제국의 방어선이기도 했던 성채는 15세기에 오스만투르크의 침입으로 폐허가 되었고 불과 얼마 전까지도 잊혀졌다. 최근에 성채를 복원(정리?) 중이어서 그럭저럭 모양을 갖추긴 했지만 근대에 지은 정상의 성모승천교회를 제외하면 남아있는 건물이 없다. 마치 산책하기 좋은, 넓지만 살짝 높은 산 위의 공원 같았다. 사방으로 강이 해자처럼 막고 있는 절벽 위의 벨리코투르노보 성은 크기나 타원형 모양, 주변환경 등이 스페인의 톨레도 성과  비슷했다.  폐허 같은 벨리코투르노보 성에 비해 톨레도 성은 온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벨리코투르노보 성 안내도>

성채 안에 있던 입간판으로 이 안내도를 숙지하면 돌덩이만 남은 성채의 구조와 지형관계, 개략적인 요새 안의 왕궁 위치, 암문(!) 등을 알 수 있다. 현장에서는 지도 아래쪽(남동쪽)은 가파른 성벽과 나무 등에 가려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강이 없는 줄 알았다. 어쨌거나 지형적으로 천혜의 요새이다! 특히 굽이진 얀트라 강을 사이에 두고 깍지 끼듯 맞물려 있는 차르베츠 언덕과 맞은편의 트라베지차 언덕의 지형이 대박이다!

 

<벨리코투르노보 시>

시가 아담하다. 인구 6만 명 남짓인데 학생이 2만 여명이라고 하니 조용한 관광도시 겸 교육도시이다.  

 

<입구에서 본 벨리코투르노보 성터(차르베츠 언덕)>

두 번째 사진은 카메라로 당겨 촬영한 것이다. 왼쪽 끝의 흰 사자상부터 도개교가 있는 첫번째 출입문, 더 크고 높은 두 번째 문, 남동쪽 성벽과 정상의 성모승천교회가 보인다.

 

<벨리코투르노보 성 투어>

입구에서 성채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문장이 새겨진 방패를 든 흰 사자 1마리가 있다. 사자상부터 요새 문으로 들어가는 통로인데 바닥이 돌길이라 평탄해 보이지만 틈에 발이 걸리거나 삐끗해서 다치는 일이 잦다고 한다. 돌길성벽과 더불어 그나마 남아 있는 옛 모습이다.

 

<벨리코투르노보 성 입구 돌 사자상의 옆 모습과 뒤태>

처음부터 1마리는 아니었을 텐데 폐허 속에서 용케 (복원되었겠지만) 살아 남았다. 사실적이고 상당히 용맹스러운 모습이다. 사자 뒤태를 촬영한 위치에서 본 벨리코투르노보 시의 모습이 가장 또렷하게 촬영된 사진이다. 성채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녹색 지붕의 정교회는 '성 처녀 강탄(강림) 불가리아 정교회'라고 한다.

 

<벨리코투르노보 성(요새) 진입로>

북서쪽(사진의 왼쪽) 아래에는 불가리아 귀족 저택이 있었다는 트라베지차 언덕이 있고, 이쪽 차르베츠 언덕과 협곡같은 형태의 사이에 얀트라 강 흐르며, 강을 따라 양쪽으로 마을이 있다. 벨리코투르노보 성 전면의 개략적인 구조를 바깥쪽에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위치이다.

 

<벨리코투르누보 성의 첫번째 문과 도개문>

독특하게 생긴 이 문은 (왕궁) 성문이 아니라 성채 방어를 위한 입구의 문이다. 이 문에서 중요한 점은 문 아래 바닥의 나무판이다. 당시엔 공사하는 것으로 오인했는데 촬영한 사진의 옛날 성 안내도를 보고 용도를 알게 되었다. 나무판(!)은 적이 침입했을 때 절벽과 같은 언덕에 있는 성으로 들어오는 것을 1차적으로 막기 위한 도개문이다. 나무 도개문을 들어올리면 안쪽의 성(요새)과 바깥은 도개문 길이 만큼 낭떠러지 같은 공간이 생겨서 바깥의 적은 들어갈 수 없다. 가팔라서 현장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옛날 지도에는 도개문 아래에 돌길에서 강까지 양쪽으로 계단이 있었다. 세번째 사진은 성쪽에서 바깥쪽으로 돌아본 문과 시내이다.

 

<벨리코투르노보 성 입구의 길, 첫번째 성밖 출입문과 두번째 문(성문) 사이>

윗 부분에 반원형이 있는 큰 문이 바로 성문이다. 두번째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성채, 혹은 요새이다.

 

<벨리코투르노보 요새(왕궁) 성문>

이 문 안을 들어서면 성(왕궁, 요새)이다. 원경에 언덕 정상의 성모승천교회가 보이고, 그 아래에 성채(요새) 파괴되기 전 모습을 그린 성 배치도를 입간판처럼 세워놓았다.

 

<요새로 들어선 후 성모승천교회로 오르는 방향에서부터부터 시계 방향으로 본 벨리코투르노보 성터>

내가 선 위치 바로 뒤의 왕궁 입구부터 이 일대에 건물 터가 가장 많다. 안내자가 없으니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일행 모두 사람들이 많이 가는 이쪽 방향으로 따라갔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엔 원래의 성 배치도도 촬영만 해서 성채 구조도 정확히 몰랐고, 성모승천교회도 내용이 어떤지 아는 이가 없었다.

 

<벨리코투르노보 성의 우물 터>

당시엔 좀 독특한 성벽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사진만 찍고 지나쳤다. '위험' 표시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크거나 지금도 우물 터가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지만 놓쳤으니...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언덕의 마을과 성(요새) 정문을 안쪽에서 본 모습> 

첫번째 사진 오른쪽이 가장 높은 이유는 성문이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성문 윗쪽에 망루가  있었을 것이다. 이쪽은 지대가 가팔라서 언덕 정상에서도 강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옛날 지도를 자세히 보기 전까지는 강이 없는 것으로 착각했다. 성벽 아래로 강이 흐를 것이고, 건너편 언덕에는 현대적인 주택, 박물관, 대학 등이 있다. 두 번째 사진은 성문에서 성모승천교회 가는 방향으로 약간 더 올라와서 성문 쪽을 돌아본 것이다.

 

<벨리코투르노보 성(요새)의 돌담 너머로 본 벨리코투르노보 시와 오른쪽 천연 해자>

 

<벨리코투르노보 성(요새)의 소문(little gate)>

이쪽 방향은 경사가 완만해서 조금만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길을 따라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차르베츠 언덕(벨리코투르노보 성터)에서 조망한 벨리코투르노보 시와 북서쪽 마을, 얀트라 강>

첫번째 사진의 위치에서 조망한 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빨간 지붕들과 녹색의 성 처녀 강탄교회가 대비가 되어 그런 것 같다. 사자상과 주 출입문, 우물 터, 건물 터 등이 잘 보인다. 두번째 사진은 시와 북서쪽 마을(입구 통로에서 볼 때 왼쪽), 얀트라 강이다. 절벽 같은 차르베츠 언덕과 협곡 같은 강이 맞물려 자연적으로 해자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언덕 정상의 성모승천교회로 오르는 길의 종>

교회에도 종탑이 있는데 언덕 중간에 이 종이 따로 있고, 울린다고 하니 종탑의 종 대용이 아닌가 싶다.

 

<벨리코투르노보 성(요새) 북서쪽의 소문(little gate)와 아래의 마을>

윗 사진의 왼쪽은 트라베지차 언덕, 오른쪽 위의 작은 문은 성채의 소문(little gate)이다. 저쪽 언덕과 이쪽 차르베츠 언덕 사이에 있는 마을은 아치형 다리와 일자형 다리가 나란히 요새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마을은 매스컴에도 소개된 장수마을이라고 하는데 빨간 지붕의 단층주택이고, 대체로 허름했으며, 기와가 무너져 내린 가옥도 있었다. 아래의 파노라마 사진은 성모승천교회 아래쪽에서 촬영한 것으로 윗 사진과 반대쪽인 동남쪽 마을과 입구인 벨리코투르노보 시이다. 동남쪽 마을(아래 사진 왼쪽)은 윗 사진의 마을과 달리 깔끔한 현대식 건물이 언덕 위까지 빼곡이 들어차 있다.

 

<벨리코투르노보 성(차르베츠 언덕) 정상의 성모승천 불가리아 정교회 교회>

아래의 축대 같은 벽은 성 건물 터이고, 교회는 거리상 좀더 뒤쪽에 떨어져 있다. 이 방향에서 보는 교회가 가장 아름답다. 정상에서는 공간이 협소해서 교회의 전반적인 외관 파악이 불가능하다.

 

<벨리코투르노보 성(차르베츠 언덕) 정상에서 본 소문과 북서쪽 아랫 마을>

원경은 벨리코투르노보 시, 언덕은 강 건너편의 트라베지차 언덕, 근경의 네모난 건물은 성(요새)의 소문이다. 반대편 해자에 비해 강과 언덕 사이가 완만해서 아랫 마을이 잘 보인다. 얀트라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마을이 나뉘어 있는데 장수마을이라고 한다. 두번째 사진은 윗 사진보다 약간 아래쪽에서 장수마을 쪽을 촬영한 것이다. 성벽 아래에 있어서 사진 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얀트라 강은 이쪽 차르베츠 언덕을 오른쪽에서 깊은 'U' 자를 엎은 모양으로 돌아나온 후 앞의 트라베지차 언덕을 'U'자 형으로 왼쪽으로 돌아 나간다. 즉, 앞의 트라베지차 언덕과 차르베츠 언덕 강을 매개로 비슷한 모양의 땅이 깍지를 끼운 것처럼 서로 맞물리 듯 위치해 있다.

 

<장수마을 위쪽(소문 쪽)의 벨리코투르노보 성채 건물 터들>

 

<나가는 길의 벨리코투르노보 성(요새)문>

 

아래 사진들은 벨리코투르노보 성(요새)을 관람한 후 버스로 잠깐 이동하여 40분 정도 자유 쇼핑을 한 '전통공예 장인의 거리'에 있던 전망대이다. 이곳도 안내자가 없어 알아서 돌아다니다 관광 버스를 타러 나오는 길에 낙서를 촬영하러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얻어 걸린 것인데 전망이 워낙 탁월하다. 낭떠러지 같은 전망대에서 전망을 하니 전망대 아래의 강은 앞서 본 벨리코투르노보 성과 연결이 되어있는 것은 분명했다. 너무 궁금해서 앞의 풍경을 보며 머리를 굴려도 구불구불한 강줄기 뒤로 가려진 언덕들 때문에 전혀 연결이 안 되었다. 게다가 벨리코트루노보 성이라고 할만한 어떤 건물이나 지형도 확인이 안 되어 지금도 궁금하다.

 

<전통공예 장인의 거리에 있는 절벽 위의 망대와 주변 풍경들>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촬영한 것이다. 전망대는 벨리코투르노보 성 아래처럼 강이 돌아가는 중간쯤에 있었다. 섬으로 추측되는 중앙의 땅에는 정원에 멋진 청동 조형물이 있는 박물관, 오른쪽의 대형 건물들은 호텔일 것이다. 내가 인솔자라면 '유명하진 않지만 너무 탁월한 이 전망대를 꼭 가보라'고 고객에게 안내했을 것이다. 공식적인 인솔만 한 우리 인솔자의 직업의식이 여러 차례 아쉬웠지만 현지 안내인조차 없었던 벨리코투르노보에선 특히 유감이었다. 

 

<전통공예 장인의 거리에 있는 절벽 위의 전망대>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에 서면 다리가 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