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금. 7일째 자이푸르(Jaipur) 일정 4>
자이푸르 구 도시와 하와 마할(Hawa Mahal)- 암베르 요새(Jaipur, Amber Fort)- 잔타르 만타르 천문대(Jantar Mantar)- 헤나(Henna) 체험- Saraf Carpet & Textiles 쇼핑- 나하르가르성 일몰 감상(옵션)
<자이푸르의 Saraf 카페트 판매장(Saraf Carpet & Textiles)>
호텔에서 점심을 먹은 후 나하르가르 성 일몰을 보러 가던 중에 자이푸르시에 있는 Saraf 카페트 직조장 및 판매장에 들렀다. 모직 카페트와 비단 카페트 등을 팔고 있었는데 규모나 판매하는 방법이 터키의 마티스 카페트 웨어링 마을의 '헤레케 카페트 매장'과 아주 비슷했다. 입구에서 카페트 직조 과정을 보여주고, 판매원이 우리나라 사람처럼 한국말을 잘 하는 것 모두 그랬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카페트 분야는 인도가 터키에 확실히 밀렸다. 솜씨가 없어서라기보다 직조하는 방식의 차이로 보였는데 결론적으로 터키 카페트가 훨씬 섬세하고 모양도 다양하고 아름다웠다. 나도 그렇지만 일행 모두 만져보기만 하고 아무도 구매하지 않았다.
<터키와 인도 카페트의 차이, 그리고 너무 늙은 직조하는 노인들>
터키는 우리나라 사람처럼 신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카페트를 팔았다가 3년쯤 뒤에 무료로 신상으로 교환해준다. 서양인들은 antique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우리가 썼던 카페트를 손질하여 다시 비싸게 되판다고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판매방식이고, 그만큼 터키 카페트는 품질면에서 믿을만 하다는 뜻인데 인도 매장에서는 교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들어갈 때 3명의 직조하는 이들 중 맨 처음 본 할머니는 물레로 실을 잣고 있었는데 너무 나이가 들어서 무리해 보였다. 그런데 나올 때 프린팅 기법으로 천을 염색하는 노인 한 분이 코끼리를 3단계로 염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분은 더 늙어서 안쓰러웠다. 빨래로 평생을 연명하는 불가촉천민이 순간 딱 떠오르며 그 분도 불가촉천민일 거라 생각했다.
<나하르가르 성(Nahargarh Fort) 정상의 일몰 파티 (옵션 30달러)>
쇼핑 후 다시 하와 마할과 그 옆으로 담홍색 상가들이 일자로 연결된 자이푸르 구 시가지를 지났다. 지프로 갈아타고 암베르 성과 거의 같은 코스로 올라가다 1/3쯤 지난 지점에서 약간 서쪽으로 갈라서더니 제법 오래 산으로 올랐다. 놀랍게 차창으로 산 중턱에서 공작 한 마리를 보았다!
30여분을 차로 올라가니 사람들이 모여 맥주도 마시고 카페도 있어서 그곳인가 싶었는데 다시 좁은 문을 통과한 후 더 들어갔다. 암베르 성 외관과 색깔을 닮은 정상 왼편에 있던 성이 바로 나하르가르 성(Nahargarh Fort)이었다. 성은 1734년 자이푸르 도시의 방어목적으로 지어진 요새였지만 실제로 전투에 사용된 적은 없다고 한다.
성은 패스하고 오른쪽으로 약간 돌아 드디어 목적지인 나하르가르산 정상에 도착했다. 나하르가르산 정상은 특별한 것이 없고 그냥 밋밋한 평지였다.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고 사방으로 반원형 모양의 성곽 흔적이 있을 뿐이었다. 툭 트인 서쪽으로 일몰을 감상했는데 그 아래로 아스라이 보이는 자이푸르는 북인도의 제2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소박한(!) 불빛들이 인상적이었다. 시야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전혀 없어서 적어도 노을 하나만은 꺼릴 것 없이 볼 수 있는 곳이긴 했다. 산이 많고 아름다운 일출, 일몰 명소가 많은 우리에겐 산이 없는 곳에서 보는 평지의 일몰이라 감탄사는 할 수 없어도 특별하긴 했다.
나하르가르산에서 일몰을 보며 우리 일행은 kingfisher 맥주 파티를 했다. 가이드 Mr.산토스가 럼주 1병을 서비스해서 땅콩을 안주삼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기분 좋게 한잔했다. 우리 말고 두 팀이 더 있었는데 모두 한국 단체 관광 팀이어서 잠시 뒤에 모두 함께 노래, 춤으로 대동단결했다.
두 팀은 먼저 떠나고 19:20까지 우리 팀만 남아 잠시 더 춤추며 놀다가 17:30에 산에서 내려와 버스 탑승, 20:30에 호텔에 도착했다.
여전히 짜고 빈약한 메뉴였지만 다행히 흰죽이 있어서 난, 야채 등으로 저녁을 먹고 가이드에게 손도 대지 못한 말랑카우를 봉지 째 선물했다. 인도에 있는 동안 잘 먹었기 때문에 일행 대부분이 준비해 온 주전부리나 비상 식품들이 남아서 가이드에게 아낌없이 털었다.
이제 여행 마지막 날만 남았다. 마지막 8일째인 1/18(토)의 일정은 5:30 기상- 6:30 식사- 7:00 버스 타고 출발이었다. 꼭두새벽부터 서두른 이유는 자이푸르에서 델리로 가는 길 역시 멀었기 때문이었다.
<자이푸르 Saraf 카페트 직조장에서 물레로 실을 잣는 노파>
인도인들은 실제보다 더 늙어보이긴 하지만 열악한 장소에서 이런 일을 하기엔 할머니가 너무 늙어서 안타까웠다.
<자이푸르 Saraf 카페트 직조장의 직조공>
여성 1명, 남성 2명이 할머니가 물레로 자았을 실로 카페트를 짜고 있었다.
<완성된 카페트를 마무리하는 직공>
모직 카페트는 직조 후에 세탁과 부스러기들을 불로 그을리는 과정을 거쳐 완성한다고 한다.
<자이푸르 Saraf 카페트 판매장의 다양한 카페트들과 가격>
어쩌면 그리도 터키와 판매 방식이 비슷하던지... 차이가 있다면 터키 카페트보다 색깔이 약간 칙칙하고 섬세함에서는 확실히 밀린다는 것이다. 소재도 터키는 실크와 모직 카페트의 비율이 비슷한데 이곳 매장은 모직 카페트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아무도 카페트를 사지 않았다. 카페트 가격은 크기나 직조 기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주로 크기로 결정되고, 아무리 작은 것도 100만원 정도 한다. 1인용 침대 시트보다 약간 적은 것도 대략 300만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
<마음을 짠하게 했던 Saraf 카페트 판매장의 프린트 염색을 하는 노인>
코끼리와 식물무늬를 도장처럼 새긴 후 세 가지 색으로 천에 찍어서 염색을 하는데 수공예치곤 수준이 별로였다. 사진의 수준이라면 차라리 기계로 찍는 게 낫겠지만 노인의 생계를 위해서는 그나마 수공예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독특한 Saraf 카페트 판매장의 남녀 화장실 픽토그램>
이 정도면 픽토그램이라고 부르기에는 궁색하지만 어쨌거나 아이디어가 아주 특별했다.
<자이푸르의 Saraf 카페트 판매장 외관>
<차창으로 본 자이푸르시의 현대식 건물과 전통식 건물>
<나하르가르 성 정상으로 가는 지프>
<나하르가르 성 앞쪽 정상의 카페와 나하르가르 성(요새)>
뒤에 보이는 성곽이 나하르가르 성이고, 두 번째 사진은 스치면서 본 나하르가르 성채(요새)이다. 인도의 유적, 특히 성이나 궁전의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 지붕에는 두 번째 사진처럼 뾰족한 장식이 7~8개 정도 있었다.
<나하르가르산 정상에서 자이프르시 쪽으로 본 일몰>
산이나 도시 둘 다 나무 한 그루 거칠 것이 없는 완벽한 지평선이란 점이 신기했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우리나라라면 도시를 배경으로 이 그림이 절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일행분과 엄지, 검지 손가락을 동그랗게 모아 그 안에 해를 집어넣는 촬영을 하며 놀았다.
<나하르가르 성곽을 끼고 정상에서 본 풍경들>
인도의 성곽 윗부분은 아래 사진들처럼 둥근 모양 안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다. 밖에 있는 적의 동정을 살피거나 총을 쏘는 구멍이었나? 우리나라로 치면 성가퀴, 혹은 여장(女檣)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하르가르산에서 내려다 본 자이푸르시>
클로즈 업을 하면 건물 하나하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른쪽에 있는 산도 우리나라처럼 겹겹이 있는 것이 아니라 드문드문 있다.
<나하르가르산의 황혼>
<나하르가르산 정상 일몰 감상 장소 아래의 가게와 그 아래의 자이푸르시 야경>
북인도에서 델리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는 도시의 야경이 이렇게 소박(!)할 수가!
<나하르가르산 정상 일몰 감상 장소 맞은편에 있는 나하르가르 성의 야경>
규모도 제법 크고, 성안에 환하게 불을 밝힌 것을 보면 밤에도 사람들이 제법 성을 찾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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