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오(大澳)>
옹핑 포린사(寶蓮禪寺)에서 버스를 타고 산 굽이를 돌아 내린 곳이 사진 오른쪽에 있는 버스정류장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버스 종합터미널쯤 되는 곳이다. 길을 건너면 타이오 섬으로 들어가는 입구 타이오 윙온(永安)가가 있고, 조금 더 걸으면 타이충(大通)행인교이다. 타이오 윙온(永安)가나 타이충(大通)행인교는 앞글에서 올렸고, 이 글에서는 타이오 섬 안의 중심거리인 카팅 St.(吉慶街)에서 본 것들에 대해 포스팅하고자 한다.
타이오 섬은 옹핑이 포함된 홍콩 가장 남서쪽 끝에 있는 란타우 섬 중에서도 가장 끝에 있는 섬이다. 돌고래와 대나무 수상가옥이 유명하지만 타이충(大通)행인교, 썬키(新基)대교 등 2개의 다리를 비롯하여 관제고묘, 천후고묘와 세련되진 않지만 벽화나 각 가정의 독특한 조형물, 섬 생활 특유의 생활 모습 등 볼거리가 제법 있다. 특히 작은 섬 안에서 나란히 붙어있는 관제대묘와 천후고묘를 본 것도 신기했다. 관제묘는 관우를 신격화하여 모신 사당이고, 천후묘는 바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안전을 기원하는 마조 여신을 모신 사당이다.
<버스 터미널에서 내린 후 길을 건너 본 풍경>
버스 터미널은 사진에서 오른쪽, 타이오(大澳) 섬은 왼쪽에 있다.
<타이오 최대 식당 타이오 복만림(福滿林) 레스토랑과 메뉴>
우리는 일행이 9명이어서 새우나 야채가 들어간 음식, 가리비 요리 등 다양한 음식을 시켜서 나눠 먹었다. 홍콩 시내, 혹은 중심가에서 먹은 음식은 중국과 확연히 다르게 부드럽고 달달하며 쌈빡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먹은 음식은 중국 현지식 같았다, 기름지고 다소 지저분한 환경조차도... Blue Girl이란 맥주도 마셨는데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복만림(福滿林) 레스토랑에서 중심거리 카팅 St.(吉慶街)로 연결되는 골목길과 설치물>
보통 중국에서 건물 앞에 해치상이 있으면 경찰서(공안)이고, 공안 관련 사진을 찍다 걸리면 봉변을 당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 홍콩 타이오에서는 작지만 분명 해치인데 레스토랑이다! 이 길로 나가 오른쪽으로 꺾으면 카팅 St.(吉慶街)로 이어지는데 그 사이에도 몇 개의 볼거리가 있다. 두 번째 사진은 깡통이나 음료수 패트병 등을 이용해 만든 붕어인데 일종의 정크 아트로 볼 수 있다. 회수 비례 188% 란 글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재활용품 수거장 같기도 하다.
<타이오(大澳) 관제고묘(關帝古廟, Kwan Tai Temple)와 안쪽 입구의 인물상>
지붕의 현란한 장식들은 중국 남쪽(복건성)의 사당이나 사찰의 특징과 닮았다. 관제묘는 속칭 무묘(武廟)라고도 하며, 여러 신으로 신격화한 촉나라 장수 관우상을 봉안하고 있다. 관우는 중국인들에게 의리와 신의를 지킨 무장을 넘어 때로는 약사여래나 재물신, 성인으로까지 숭상되는 존재이다. 이 관제묘는 명나라 효종 홍치(弘治) 년간(1488~1505)에 처음 세운 것이라고 한다. 중국 본토에서 수없이 본 검붉은 얼굴에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된 관우상을 이곳에서는 왜 놓쳤는지 모르겠다. 당시에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서 본전에 못 들어간 것 같다.
<타이오(大澳) 천후고묘(天后古廟)>
천후묘, 혹은 천후궁은 바다를 지키고 바닷사람을 수호한다고 알려진 마조 여신을 모신 사당이다. 천후궁은 처음 본 것은 2013년 복건성에 갔을 때였는데 마을이나 바닷가 곳곳에 천후궁이나 마조 여신상이 있었다. 천후고묘 안에 들어서면 천후궁 현판이 있고, 부해안란(簿海安瀾) - 만고강부(萬古綱富)란 현판을 따라 3단계의 신당이 있다. 마지막의 만고강부(萬古綱富)란 현판은 전등 갓 같은 장식에 가려 문구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부해안란(簿海安瀾)은 바닷가에서 안전을 비는 문구란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타이오(大澳) 천후고묘(天后古廟) 입구의 신들>
도교적인 이 인물상들은 불교 전각으로 치면 문지기 격인 천왕이나 인왕상쯤 되지 않을까? 명칭은 문신공(門神公), 토지공(土地公)이다.
<관제고묘, 천후고묘 앞의 벽화>
뒤쪽의 大澳鄕事委員會는 우리나라의 무슨 지역위원회 쯤 될 것 같다. 그 앞 하늘색 건물 벽에 젊은 여성이 벽화를 그리는 중이었는데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고 그림 분위기도 좋았다. 카팅 St.(吉慶街)에서 본 그림 중 가장 수준이 있는 작품이었다.
<가게 앞의 재미있는 조형물>
어설픈 크리스마스 트리, 맥주 캔으로 만든 덩어리, 춤추는 자매 등 대체로 표현이 거칠고 치졸한 편이다. 그래도 틀에 박힌 그림이 아니라 상당히 재미가 있었다. 간판의 '河豚'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바다돼지나 하마가 아니라 '참복과에 속한 바닷물고기의 통칭'이라고 한다.
<길냥이를 위한 집과 한 쪽 귀가 잘린 고양이>
집밖의 공간에 고양이 얼굴을 한 집들이 몇 채 있고, 그 안에 고양이들이 자고 있었다. 그 중 우리쪽으로 온 두 번째 사진의 고양이를 보니 왼쪽 귀 윗부분이 잘려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불임시술을 했다는 의미일 텐데 홍콩, 혹은 타이오도 그런 뜻인가?
<민가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조형물>
언젠가 일본 가마쿠라에 갔을 때 집 울타리에 '토이 스토리' 주인공 인형들을 매달아 장식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냥 굴러다님직한 싸구려 인형들을 그런 식으로 줄줄이 매달아 두니 그것도 나름 예술이었다. 이 집도 인형들을 전시하고 난장이에게 큰형, 둘째 등의 호칭에다 '생기'니 '박사'니 하는 이름까지 붙였다.
<집 장식이 두드러졌던 건물들>
<썬키(新基)대교 부근과 벽화>
첫 번째 사진 왼쪽 건물 바로 옆이 썬키(新基)대교 입구인데 이 부근에서는 생활과 관련된 재밋거리가 많았다. 막대기에 끼워 엎어서 말리는 장화, 소쿠리에 말리는 건어물 등... 뒤로 수상가옥들이 보인다.
<썬키(新基)대교 부근과 벽화와 그 너머로 보이는 수상가옥들>
중앙의 붉은 색이 썬키(新基)대교이다. 수상가옥 주변은 집에 이것저것 매달고 올려 놓느라 일반 가옥보다 특이한 광경들이 많았는데 그것도 눈 요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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