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대암산 생태탐방로(소지섭의 길)1

큰누리 2013. 10. 4. 20:42

어디든 훌쩍 떠나는 것은 즐겁다. 이번 한가위 연휴에 가족여행을 계획했지만 작은딸이 다른 일정을 잡아버렸다. 겨우 조절을 해서 2박 정도의 일정을 골랐지만 모두 마감이 되어 할 수 없이 당일 코스를 골랐다. 오전에 소양강 둘레길, 오후에 광치계곡(대암산 생태탐방로)을 걷는 일정이었다. 좀 무리가 아닐까 걱정했지만 두 코스 모두 만족스럽게 무사히 다녀왔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를 다리와 허리 통증 등 후유증으로 고생했다. 그래도 대암산 생태탐방로(광치계곡, 소지섭의 길)를 떠올리면 지금도 다시 가고 싶어진다.

 

대암산 생태탐방로는 강원도 양구군 있으며 내가 그 동안 다녀본 트레킹 코스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야생화가 가장 다양하고 많아서 일단 좋았고, 계곡을 낀 숲길에 생태가 다양하고 보존상태가 아주 좋았다. 인제 곰배령과 군산 구불길을 합친 느낌이었다.

궁금한 것은 대암산 생태탐방로를 왜 '소지섭의 길'이라고 부르는가 하는 점이다. 소지섭이 걷거나 화보를 찍었나, 아니면 영화 촬영을 했나? 그것도 아니면 소지섭이 양구군의 홍보대사?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입구에 악수를 요청하는 포즈의 소지섭 손 동상 세워놓고 '소지섭의 길'이라고 이름만 덜렁 붙여놓았다. 

 

대암산 등산코스는 51km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일반인이 등산하기에는 상당히 긴 코스이다. 우리가 다녀온 대암산 생태탐방로는 그 중에서 광치계곡을 끼고 광치자연휴양림에서 옹녀폭포까지의 1/5 정도의 완만한 구간이다. 숲길 주변의 야생화, 나무, 이끼 등의 생태를 보면서 계곡을 따라 폭포까지 오르는 것이다. 

이끼가 카펫처럼 두툼하게 깔린 바위와 고목들, 새끼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리는 계곡, 나무 줄기 만큼 굵은 얼크러진 덩굴식물들, 적당한 구간마다 하늘이 보이는 시원함 등 무엇 하나 흠잡을 게 없는 곳이었다. 오랜 기간 사람의 발길이 뜸해서 보존된 생태이기에 너무 알려지면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야생화도 개체가 다양하고 숫적으로도 많아서 인제군의 곰배령못지 않게 볼거리가 풍부했다. 가까이 있다면 시간 날 때마다 들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다.

 

 

 <대암산 생태탐방로 입구>

입구에 비치된 카탈로그를 보니 입구에서 조금 더 아래 쪽에 전원주택 같은 숙박시설이 제법 들어서 있었다. 생태숲에 대한 안내는 책자는 고사하고 야생화 안내판이 후줄근한 모습으로 딱 2개가 있었다. 

 

 

<대암산 내화수림대 조성사업 안내도>

생태탐방로를 오르면서 본 침엽수는 낙엽송 뿐이었다. 조성 기간이 2007년부터였으니 현재의 무성한 숲은 조성 기간과 관계가 없을 것이다. 숲은 다소 컴컴할 정도로 다양한 활엽수로 빽빽한 걸로 보아 소나무류를 솎아낸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산불방지 뿐 아니라 송이버섯 보호를 위한 내화수림을 조성했다는 게 좀 특이하다. 

 

소나무나 전나무 등의 침엽수림이 하늘로 쭉쭉 뻗은 숲을 보면 시원스럽고 보기에 좋지만 숲은 인간처럼 생태가 다양해야 하나보다. 몇년 전에 강원도 지역, 그리고 낙산사 부근에 큰 산불이 났을 때 침엽수 밀집지역이어서 진화가 어려웠다고 했던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대암산 생태탐방로 이정표>

 

 

<대암산 생태탐방로 입구의 '소지섭의 길' 안내문>

악수를 요청하는 듯한 포즈의 여성처럼 긴 손이 돋보인다. 소지섭의 손일 텐데 왜 이 숲길이 '소지섭의 길'인지 정말 궁금하다.

 

 

 

<대암산 생태탐방로 안내도>

우리 일행은 안내도 오른쪽 아래의 광치자연휴양림에서부터 옹녀폭포까지 올라갔다가 되돌아 내려왔다. 나는 사진을 찍느라 뒤처져서 약간 못 미친 지점에서 일행을 따라 내려왔고... 사진 왼쪽 끝 위에 펀치볼이 보인다.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이다.

 

 

<송장풀>

이름이 좀 거시기한 이 송장풀은 휴게소에서 촬영한 것이다.

 

 

<대암산 생태탐방로 초입의 산박하>

소양강 둘레길이나 대암산 생태숲에서 가장 흔한 야생화 중의 하나이다.

 

 

<대암산 생태탐방로의 미국쑥부쟁이(백공작)>

깊은 산중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유일하게 숲 입구에 한 무리가 있었다. 등산화에 묻어온 것이 아닐까? 자생력이 강해서 짧은 시간에도 널리 퍼지는 종인데... 

 

 

<대암산 생태탐방로의 야생화 안내판>

소개된 야생화는 극히 일부일 것이다. 처음 갔지만 숲의 생태로 보아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가도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대암산 생태탐방로 이정표>

 

 

<본격적으로 대암산 생태탐방로 트레킹 시작>

 

 

<대암산 생태탐방로 계곡의 궁궁이>

궁궁이나 물봉선은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개울가나 습한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얗고 소담스러운 꽃도 보기 좋거니와 독특한 향기가 있다.

 

 

<대암산 생태탐방로의 평지 길>

깊은 숲에 이런 평지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어쩌면 예전에 화전민이 밭을 일군 곳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대암산 생태탐방로의 동물상들>

숲길에서 약간 비킨 곳에 있기 때문에 앞만 보고 바삐 걷는 사람은 놓치기 쉽다. 호랑이를 제외하면 대암산에 있을 법한 동물들이다. 호랑이, 멧돼지 일가, 노루, 올빼미 등... 뱀도 많다고 한다.

나는 매번 귀 모양의 깃이 있는 게 부엉이인지 올빼미인지 헛갈린다. 올빼미는 부엉이보다 눈이 좀더 작고 머리에 귀 모양의 깃이 있다. 

 

 

<대암산 생태탐방로 구절초>

참으로 단아한 꽃이다. 얼핏 보아 모양이 비슷한 쑥부쟁이는 비교적 흔한데 구절초는 보기가 쉽지 않다.

 

 

<대암산 생태탐방로 숲길>

뒤돌아서 찍은 사진이다. 처음에는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오르지만 나무다리를 건넌 중간 지점 쯤부터 오른쪽으로 끼게 된다. 그냥 숲만 걷는 것보다 옆에 계곡이 있으면 지루하지 않고 생태도 다양해서 더 좋다.

 

 

<대암산 생태탐방로의 나무 안내 표지와 계곡>

무당벌레 모양의 표지가 정겹다. 대암산 생태탐방로에서 다른 안내는 좀 미흡하지만 나무에 대한 안내는 상당히 괜찮고 도움이 되었다. 

 

 

 

<대암산 생태탐방로의 진교(진범)>

자잘한 꽃들이 오리가 모여있는 것 같다. 대암산 생태숲길에 흰진범을 포함해 아주 많이 있다. 투구꽃과 비슷한 모양의 독초이지만 덩굴형태이고 꽃이 작은 점이 다르다.

 

 

<탁 트인 대암산 생태탐방로 구간>

 

 

<대암산 생태탐방로 계곡>

 

 

 

<대암산 생태탐방로의 눈괴불주머니 군락>

 

 

<대암산 생태탐방로의 평지 숲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