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모 여행9 - 유럽의 땅끝 까보 다 로까와 벨렘탑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3국 여행에서 포르투갈과 모로코는 스페인의 들러리나 다름 없다. 프로그램이 스페인 위주로 짜여있긴 하지만 스페인만 보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일정이다. 스페인이 땅이 넓고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치이는 것이다.

 

포르투갈 투어가 끝난 직후에 어떤 부분이 기억에 남는지 생각해 보니 무엇이든 스페인에 밀리는 느낌이었다. 파티마 성지는 종교를 가지지 않아서 신자 만큼의 감흥을 못 느꼈고, 까보 다 로까는 좋았다. 음식도 밀리고... 스페인의 미하스 대신 '오비두스'나 '신트라城'을 들렀다면 포르투갈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달음질 하듯 훑은 리스본은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를 둘러보았는데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싶었다. 리스본이란 도시 자체가 우중충하고 칙칙하게 다가왔고, 비가 오니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우리가 통과한(관광이 아니다!) 모든 리스본의 대로 공중에 얽힌 굵은 전차(트램) 전선은 더욱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었다. 나름 리스본의 명물인 '4월 25일 다리'마저 우중충한 빗속에서 보니 어수선한 전선과 상승작용이 일어나 공해처럼 느껴졌다.

 

다녀온 이들은 대체로 리스본을 좋다고 평가했는데... 1755년의 대지진으로 리스본에는 유적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더니 그래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포르투갈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였던 이유는 첫째 우리의 급한 일정, 혹은 수박 겉 핥기식 여행 일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둘째, 전원 같은 스페인을 먼저 보고 바로 리스본 한 복판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빈약한 느낌은 모로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르투갈, 모로코도 나름의 뛰어난 유산과 환경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까보 다 로까(Cabo Da Roca)

유럽대륙의 서쪽 땅 끝으로 포르투갈의 서사시인 까몽이스(Camoes)가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으로 묘사했다. 십자가 표지석에 까몽이스의 글과 '위도 38도 47분(북위), 경도 9도 30분(서경), 고도 140m'라고 쓰여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서쪽 끝 방문 기념증명서를 유료로 발급 받을 수 있다.

 

 

*루이스 바스 드 카몽이스(Luís Vaz de Camões, 1524~1580)

포르투갈 문예 부흥기의 위대한 국민 시인으로 포르투갈의 역사를 그린 서사시 <우스 루지아다스(Os Lusiadas)>에서 민족의 슬기로운 기질을 찬미하였다. 사후에 제로니모스 수도원에 안치되었다.

 

 

<유럽의 서쪽 땅끝, 까보 다 로까(로까 곶)>

제주도의 섭지코지 같다! 까보 다 로까에 있는 하얗고 지붕이 빨간 이 건물은 우리나라의 유명 커피 광고에 등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왜 기억이 나지 않는 거지? 아래의 건물을 두고 교회라고 하는데 아무리 보아도 등대 같다.

 

 

<까보 다 로까(로까 곶)의 표지석>

십자가만 보면 자동으로 무덤이...

 

 

<까보 다 로까(로까 곶)의 식물>

반쯤 선인장 같은 다육식물인데 스페인에서도 많이 보였다. 바람이 엄청나게 센 곳이어서 작은 키로 맞춤처럼 자라는 것 같다. 까보 다 로까에 나무는 한 그루도 없다. 다른 식물은 알로에 종류들이 있다.

 

 

 

 

<표지석 쪽에서 본 까보 다 로까(로까 곶)의 풍경>

왼쪽은 대서양이다. 바다를 건너 일직선으로 끝까지 가면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에 닿는다고 한다. 표지석 앞 절벽 아래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기세가 대단했다.

 

 

 

 

<까보 다 로까(로까 곶)의 표지석>

까몽이스의 글과 위도, 경도, 고도가 쓰여 있다. 북위 38도 47분, 서경 9도 30분, 고도 140m이다.

 

 

 

 

<까보 다 로까(로까 곶)에 분포하는 조류와 식물 안내판>

 

 

<표지석 뒤편>

 

 

<까보 다 로까(로까 곶)의 편의 시설-레스토랑, 바 등>

 

 

<까보 다 로까(로까 곶) 관광안내소>

이곳에서 유료로 방문 기념 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아래 사진은 그곳 벽에 붙어있던 글귀인데 내용은 모르겠다.

 

 

 

<까보 다 로까에서 리스본으로 가는 해안도로의 풍경>

로까 곶에서 리스본까지 가는 고속도로가 정체여서 해안도로로 이동했다.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이어진 대서양은 성난 정도가 아니라 광기(狂氣)가 느껴졌다. 지구가 둥글다는 학설이 막 시작된 시기에 이런 험한 바다로 나아가 항로를 개척하고 신대륙을 발견한 이들의 용기가 경의스러울 따름이다.

대서양을 낀 이 해변은 세계적인 휴양지로 도로 건너편에는 유명 인사들의 별장과 카지노가 줄지어 있다.

 

 

 

 

 

 

 

<리스본 항과 벨렘탑이 보이는 곳>

대서양을 낀 시각적인 호사는 여기까지이다. 이곳에서는 전망이 탁월하지만 리스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철도와 전선들로 해변이 어수선해진다. 

 

 

*벨렘탑(Torre de Belem)

테주(Tejo, 스페인어로는 타호:Tajo, 영어로는 타구스:Tagus)강의 관문으로 대서양과 테주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1km 반경에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발견기념비가 있으며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함께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벨렘'은 '베들레헴'을 의미한다고...

 

1515년~1521년 바스코 다 가마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타호강변에 세운 탑으로 인도나 브라질 등으로 떠나는 배의 통관 절차를 밟았던 곳이다. 이 탑은 원래 물속에 세워졌으나, 테주 강의 흐름이 바뀌면서 현재는 물에 잠기지 않게 되었다.

마누엘 양식의 3층 건물로 3층의 아름다운 테라스가 드레스를 늘어뜨린 귀부인 같다 하여 ‘테호강의 귀부인’으로 불리기도 하고 하얀 나비가 물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아한 겉모습과 달리 이곳에서 천만여명의 아프리카 노예가 팔려나간 무시무시한 곳이다.

 

1층은 스페인이 지배하던 시대부터 19세기 초까지 정치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2층은 포대로 사용되었으며, 항해의 안전을 수호하는 '벨렘의 마리아 상'이 서 있다. 3층은 옛날 왕족의 거실로 이용되었으며, 지금은 16~17세기의 가구가 전시되어 있다.

스페인의 지배에 저항하던 독립운동가, 나폴레옹 군에 반항하던 애국자, 그리고 진보주의자들이 만조 때에는 물이 들어오고 간조 때에는 물이 빠지는 이 감옥에서 고통스러운 옥살이를 했다.

 

 

*테주(Tejo) 강

에스파냐의 마드리드 동쪽에서 시작하여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거쳐 대서양으로 흘러든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강으로 서쪽으로 1,007km를 흘러 리스본의 남쪽에서 대서양으로 합류한다. 스페인어로는 타호(Tajo)강, 영어로는 타구스(Tagus)강이다.

 

 

<벨렘탑과 비행기>

이 비행기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1932년에 대서양 횡단을 할 때 탔던 것이라고 한다. 먼 발치에 벨렘탑이 보인다.

 

 

<벨렘탑>

귀부인의 레이스나 하얀 나비에 비유될 정도였으니 지금 보아도 우아하다. 상당히 튼튼했던지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함께 리스본 건물의 2/3가 초토화된 1755년의 대지진에서 거의 완전하게 살아남았다. 

 

 

 

<벨렘탑에서 본 발견의 기념탑과 4월 25일 다리>

'발견의 탑'은 16세기에 대항해 시대를 연 포르투갈의 영웅 엔리케 왕자 50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52m의 기념탑이다. 모자를 쓴 엔리케 왕자를 선두로 마젤란, 바스코 다 가마 등의 탐험가와 항해에 공헌한 기사, 선원, 학자, 선교사 등이 조각되어 있다.

기껏해야 800m 정도의 거리인데 우리는 이것도 패스했다. 도대체 우리 팀의 가이드는 우리에게 무얼 보여준 것인지...

 

 '4월 25일 다리'는 1966년 완공 당시 '살라자르(독재자) 다리'였다가 1974년 4월 25일의 포르투갈 혁명일을 기념하여 개명했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긴 다리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테주강 양편을 잇는 유일한 다리였다고 한다.

 

 

<리스본 항구에 정박한 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