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힐링 인 라오스3 - 비엔티엔의 왓 호파캐우, 왓 씨사켓

큰누리 2015. 2. 12. 20:01

<비엔티엔 란쌍대로의 대통령궁>

란쌍대로는 우리나라의 광화문 앞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대통령궁 앞에 일직선으로 독립기념탑(빠뚜사이)이 있고 주변에 왓 호파깨우, 왓 씨사켓 등 비엔티엔에서 유명한 사원들이 집결되어 있다. 왓 호파케우 담 너머로 대통령궁 영빈관이 있다.

대통령궁 앞은 관광버스로 몇번 지나쳤는데 특이하게 보초병이 전혀 없고 보행자들은 거리낌 없이 지나다녔다. 대통령궁 정면의 둥그런 문장(?)을 보니 탓루앙 황금빛 불탑이었다.

 

 

 

<왓 호파캐우(Wat Ho Prakeo)>

1565년 세타티랏왕이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엔으로 천도하면서 옛 란쌍(백만마리 코끼리)왕국의 상징이었던 에메랄드 불상을 안치하기 위해 지은 사원이다. 214년 동안 이곳에 에메랄드 불상이 안치되었다가 1779년 샴왕국(현 태국)의 침략으로 건물은 소실되고 불상을 빼앗겼으나 1936년 당시 라오스를 지배하던 프랑스에 의해 재건되었다.

현재는 호크파크박물관(Museum of Hokprakow)으로 사용되며 국내 각지로부터 모은 불상을 비롯하여 역사적, 종교적 가치가 있는 예술품(야자잎에 쓴 필사본, 크메르 비문 등)을 전시하고 있다. 우리는 놓쳤지만 안뜰에 자르평원(돌항아리평야)에서 옮겨온 돌항아리가 있다고 한다. 본전 내부는 입장 시 신발을 벗어야 하고 사진촬영 불가이다. 사원 회랑의 불상들의 눈동자에는 원래 보석이 박혀있었으나 전쟁 중 사라졌다.

 

*에메랄드 불상

동남아에서 '왓(Wat)'은 사원을 뜻한다. 에메랄드 불상은 에메랄드가 아니라 높이 66cm, 폭 48.3cm의 벽옥(에메랄드빛 옥) 불상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 불상은 기원 전에 인도의 파토냐에서 만들어졌으며 300년 후에 일어난 내전을 피해 스리랑카로 옮겨졌다고 한다. 457년 인도의 파간왕이 불상을 찾아가는 길에 배가 난파되어 가라앉았는데 안다만에서 불상이 발견되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1434년 치앙마이의 불사리탑에 벼락이 떨어져 석고가 벗겨지면서 불상이 드러났고 그 때부터 사람들에게 숭배되기 시작했다. 당시 치앙마이의 왕이 불상을 옮기려고 3번이나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대신 람빵사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치앙마이의 제디루엉이 불사리탑에 안치- 루앙프라방- 위앙찬(현재의 비엔티엔)에 안치되었다가 1778년 라오스를 정복한 (태국) 톤부리왕조의 탁신왕(실제로는 태국 차크리왕조의 시조격인 텅두엉)이 방콕의 왓 아룬(새벽사원)으로 모셔왔다. 1784년 태국 왕실사원(왓 프라캐우)이 완공되자 이곳에 안치되었고 현재 태국 국민들로부터 본존불로 숭배되고 있다.

 

 

<대통령궁과 이웃한 왓 호파캐우>

스펠링을 보면 Ho Prakeo인데 호프라케오 하지 않고 호파캐우라고 한다. 방비엥의 루앙 파숱 호텔 '파(Pra)'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아 라오어에서 'P'에 붙은 'R'은 묵음인 듯 하다.

입장료가 내국인은 2,000낍, 외국인은 5,000낍이다. 직접 현지돈을 쓴 적이 없어서 낍의 환율에 대해 내내 헛갈렸는데 가이드분으로부터 1달러:8,000낍이라고 들은 것 같다.

 

 

<왓 호파캐우>

건물이라야 달랑 이것 하나이니 본전이랄 것도 없고 호크파크박물관(Museum of Hokprakow)으로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 방향이 건물 정면인데 출입은 오른쪽으로 하고 바로 옆에 대통령궁 영빈관이 담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다.

정면에서 보면 규모도 작고 칙칙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가장 라오스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중간 크기의 중후한 건물이다. 특히 콘크리트나 석회석으로 조각하거나 장식한 기둥, 계단, 벽의 장식들이 상당히 기품이 있다. 회랑에 늘어선 불상들도 상당히 눈여겨 볼만 하다.

시커멓게 변해서 형태 파악이 어려운 캄보디아의 유적과 각종 유리나 도자기 파편, 금속으로 화화롭게 장식한 태국의 사원들과 감상하는 내내 비교되었다. 루앙프라방의 사원이나 유적은 붉은 바탕에 자개처럼 무늬를 덧붙여 꾸민 것이 많긴 하지만 일반적인 라오스 건축물은 3국 중에서 단아하고 중후한 멋이 있다.

 

 

 

<왓 호파캐우 정면의 계단 장식>

3개의 계단 중 중앙과 왼쪽 계단이다. 중앙 계단의 용을 자세히 보면 손에 생선을 붙잡고 있는데 종교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웃음이 나온다. 다른 사원 계단의 용들은 분명히 손에 아무 것도 없었다.

자세히 본 결과 시멘트가 주 재료였는데 콘크리트로도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콘크리트 조소의 극치는 아무래도 비엔티엔 인근의 불상공원(부다파크=시엥콴사원)이겠지만... 라오스는 시멘트 생산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 분, 우리 일행이다.^^ 현지인들이 이런 (불상 손바닥을 마주 댄 후 가슴에서 아래로 훑어내려오는) 자세로 기도하기 때문에 불상의 앞면이 반질반질하다. 불상 아래 바닥의 비문들이 바로 크메르 비문일 것이다.

 

 

<왓 호파깨우 내부>

사진촬영 불가라 문밖에서 한 컷... 태국에게 빼앗긴 에메랄드 불상을 원래 안치했던 곳이고 박물관이라고 해서 나름 기대 했는데 내용물들이 실망스러웠다. 불상을 안치한 탑 모양의 기구(?)는 왓 프라캐우와 비슷한데 그 안에 모신 불상은 다르다. 오히려 사진 왼쪽의 불상들이 왓프라캐우에 있는 원래의 에메랄드 불상과 비슷해 보인다. 2013년 1월에 태국에 갔을 때 촬영한 아래의 방콕 왓 프라캐우 에메랄드불상 사진과 비교하면 차이점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워낙 약탈을 당해서인지 내부의 전시물도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불상을 모신 전각 1칸에 작은 불상들이 전시된 유리상자 몇 개가 있고 그 주변의 전시물이 끝이다. 라오스는 샴왕국의 침입과 근대의 프랑스, 일본의 식민지 시기, 공산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 01.26. 태국 방콕에서 촬영한 왓 프라캐우의 에메랄드 불상>

 

 

<왓 호파캐우의 정문과 다른 3방향 출입문의 장식>

라오스 사원의 문이나 창문은 절대 열리지 않고 장식으로만 만든 것 같지만 제대로 열린다. 정문은 붉은 바탕에 층층이 겹치마를 입은 불상이 yak(하누만?)이 받드는 접시 위에 서 있고 나머지 3면의 문은 금빛 불상이 사슴 비슷한 동물을 밟고 서 있다. 똑같지는 않지만 내가 본 사원 전각의 출입문이나 창문 장식은 대체로 두 가지 형식 중 하나였다.

 

 

 

<왓 호파캐우 회랑의 불상들>

항마촉지인(오른손은 무릎 위에 편히 내리고 왼손은 배꼽앞에서 수평인 수인으로 석가모니가 득도한 순간의 자세)을 취한 불상들이 많다. 불상 뒤 벽면의 식물, 연꽃잎 장식들은 현란하지 않지만 라오스의 불교미술 분야에서 내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던 부분이다.

 

 

 

<왓 호파캐우 벽면의 아름다운 식물문양 장식>

 

 

<섬세하면서도 단아한 왓 호파캐우 벽면과 기둥, 지붕>

 

 

<왓 호파캐우에서 본 대통령궁 영빈관>

건물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아서 가이드분에게 물어본 결과 영빈관이라고 했다. 

 

 

<왓 호파캐우 정원의 조형물>

나중에 안 내용이지만 이곳 어딘가에 돌항아리평야에서 옮겨온 돌항아리가 있다고 했는데, 놓쳤다.

 

 

왓 씨사켓(Wat Si Saket)

왓 씨사켓(Wat Si Saket)은 민소매나 반바지 차림으로 입장불가이며 본전은 사진촬영 불가이다. 원래 이름은 싸타싸핫사람으로 1819~1824년에 아노봉왕이 왕궁 앞에 지었으며 현재 대통령궁 바로 앞에 있는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1828년 샴왕국 침공 때 비엔티엔(위앙찬)에 있는 모든 사원이 불탔으나 이곳의 탑, 청동불상, 120여개의 석회석 불상들이 살아남았다. 왓씨사켓이 부분적으로나마 살아남은 것은 사원의 양식이 샴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진위는 알 수 없다.

왓 씨사켓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본전회랑에 있는 수백개의 벽감 안에 안치된 6,000개가 넘는 크메르양식의 작은 불상들이다. 본전(sim) 안에는 원래 은으로 만든 불상이 안치되어 있었는데 샴족에게 약탈되었으며 푸카라밧왕자의 전투장면을 그린 벽화가 유명한데 현재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었다. 1924년에 첫 복원공사가 시작되었고, 1930년대에 서고를 포함하여 대규모의 개축공사를 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왓 호파캐우 맞은편의 왓 씨사켓>

출입문 왼쪽에 '씨사켓뮤지엄'이라고 쓰여있다.

 

 

 

<왓 씨사켓 본전 정면과 측면, 지붕>

라오스 사원의 처마가 아래로 길게 내려오는데 비해 샴 양식이라는 왓 씨사켓 본전은 확실히 태국의 사원과 많이 닮았다.

 

 

 

 

<왓 씨사켓 본전과 회랑>

 

 

<왓 씨사켓 본전의 불상>

내부 사진촬영 불가라 줌으로 한컷... 이 자리에 샴왕국에게 약탈 당한 은불상이 있었을 것이다.

 

 

<왓 씨사켓 회랑의 벽감과 불상들>

불상 하나하나도 예술이지만 질서정연한 벽감과 고대 그리스 신전(코린트 양식)을 연상 시키는 기둥 머리 장식도 아름답다. 벽감 안에는 대체로 2기의 작은 불상이 들어있지만 1기씩 있는 곳도 많았다.

 

 

 

 

<훼손된 채 자리를 잡지 못한 불상들>

회랑의 중앙쯤의 유리로 만든 이곳에 이렇게 놓여있다.

 

 

<왓 씨사켓 회랑 천정>

붉은빛을 띤 재료는 나무가 아니라 얇은 벽돌(테라코타)이다. 받침 막대가 무게 때문에 불안하게 버티고 있다.

 

 

<왓 씨사켓 본전 옆쪽에서 본 모습>

 

 

<왓 씨사켓의 본전(sim) 뒤편의 행훗(Hang Hod)>

새해에 불상을 씻을 때 사용하는 도구로 꼬리에서 향기나는 물을 흘려넣으면 목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그 물로 불상을 씻는다. 다른 지역의 행훗은 용(나가)뿐 아니라 신화 속에 등장하는 다른 동물 모양도 많은데 비엔티엔(위앙찬)의 행훗은 용 모양만 있다고 한다. 회랑에 하나 더 있다.

 

 

 

<왓 씨사켓 본전 뒤쪽에서 본 모습>

 

 

<왓 씨사켓 회랑의 또 다른 행훗>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는 중에 본 비엔티엔 시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