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더웠던 날, 딸과 함께 파주 헤이리에 들렀다. 너무 오래 전에 들렀다가 다시 보니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마을을 모두 둘러보고 나올 무렵에야 내가 오래 전에 알던 헤이리는 안쪽에 치우쳐 있는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이나 여타 도시의 틀에 박힌 듯한 아파트나 빌딩과 달리, 헤이리의 건물들은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어서 좋았다. 그날 내 시선은 온통 건물에 팔려 있었지만 그래도 습관적으로 식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다리와 냇가 주변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미국능소화, 카페 화단에 자잘한 꽃들이 밀집되어 하나하나 보면 왜소하기 그지없지만 무리를 지으니 그 어느 화려한 꽃 못지 않았던 버들마편초( 숙근버베나)였다. 얼핏 보면 싸리꽃 같지만 꽃이 덩어리지어 위로 똑바로 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