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79

봉화 청량사

전국의 절을 다 꿰고 있는 동호회 선배인 천년사랑님이 최근에 청량사를 강추했다. 얼추 다른 이들을 통해서도 들은 적이 있어서 그 청량사가 무척 궁금했다. 가 보니 왜 유명한지 이해가 됐다. 역사적인 건물이나 유물로는 본전인 유리보전과 삼각우총(세뿔 송아지 무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응진전 등이 있다. 응진전은 지나쳤으니 모르겠지만 유리보전은 근래에 지어진 건물에 쌓여 두드러진 존재감은 없었다. 내 눈에 가장 들어온 것은 산자락을 따라 곡선을 그리 듯 늘어선 절의 건물들과 그 건물들로 이어지는 계단의 곡선이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절을 호위하듯 둘러친 봉우리들, 덩치가 크면서도 부드럽고 봉긋한 모습들이 청량사를 유명하게 한 것이라 생각했다. 청량사를 둘러싸고 보살봉, 금탑봉, 탁필봉, 옥소봉, 문수봉, ..

경상도 2012.11.20

봉화 청량산의 단풍

경북 봉화의 청량산과 청량사에 들른 날은 2012년 10월 27일,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여행할 때 비가 오면 예기치 않은 불상사들이 많이 일어난다. 개인적으로는 건강이 부쳐서,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걷기에 오히려 좋지만 미끄러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무엇보다 사진을 찍기에 최악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비가 오면 우중중해 보이고 렌즈에 들이치는 빗방울 때문에 사진을 찍기 힘들다. 그렇다고 어렵사리 간 길인데 포기하기도 그렇고... 비 때문에 오랜만에 몸에 고통을 느끼지 않고 제법 먼 산길을 걷긴 했다. 안내도를 보니 봉화산은 코스도 녹녹치 않고 험해서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수 코스일 것 같다. 우리는 당연히 청량산에서 산행이랄 것도 없는 무난하고 주변의 단풍도 아름..

경상도 2012.11.20

디카와 맞바꾼 주왕산의 단풍

사랑하는 내 디카는 갔습니다. ㅠㅠ... 이 주왕산 풍경 촬영을 끝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고 내 곁을 떠났습니다. '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에, 미망인(未亡人) 모씨(某氏)는 두어자 글로써 침자(針者)에게 고(告)하노니...' 자신이 아끼던 바늘이 부러지자 슬픈 심정을 글로 쓴 조선시대 유씨부인의 조침문이 내 심정을 조금은 대변하지 않을까 싶다. AS점에서 며칠 전에 들은 비보, "메인이 나갔으니 중고로 바꾸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메인 부품을 교체하는 것보다 중고로 바꾸는 게 5만원이 더 쌉니다." "친구처럼 6년 동안 손에 익은 디카인데 그래도 살리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새로 DSLR 구입은 자명한 거지만 ..

경상도 2012.06.09

아, 청송 주산지 유감!

사진 찍는 사람들의 필수코스인 주산지를 가기 전에 마음이 몹시 설레었다. 유명세가 대단한데다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때였으니 더 했다. 그런데...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비가 와도 뭐, 나름 운치가 있으니 그것도 좋겠다 싶었다. 단풍을 보려는 사람들로 꽉꽉 막힌 도로를 뚫고 예상 시간을 훨씬 지난 시각에 겨우 도착을 했는데 빗줄기가 더욱 거세어져서 사진을 찍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 쥐어짜니 물이 줄줄 흐르는 모자를 벗어 렌즈를 가려가며 입구에서 겨우 몇 장을 찍으며 주산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카메라가 주인의 명령을 거역하고 자기 마음대로 마구 작동하기 시작했다. 건들지도 않은 줌렌즈가 나왔다 들어갔다하더니만 결국 셔터 자체가 먹히지 않았다. 오 마이 갓! 얼마나 기..

경상도 2012.06.09

함양 개평마을의 일두(정여창)산책로

함양... 함양은 영남 유림의 본산을 꼽을 때 '좌(左) 안동, 우(右) 함양'이란 말 때문에 막연한 동경처럼 머리에 남은 곳이다. 얼마 전 함양 관련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두루마기를 입고 팔자걸음을 한 분이 문중 모임에 가는 배경을 보면서 '아직도 저런 곳이 있구나, 흙담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출발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줄줄이 정자와 화림계곡이 떴다. 목표였던 화림계곡의 정자는 폭우로 동호정만 들를 수 있었다.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른 곳이 개평마을이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화림계곡보다 개평마을이 훨씬 좋았다! 조선 시대 동방 5현의 한 사람으로 꼽혔던 일두 정여창 선생의 산책로를 따라 개평마을 외곽을 한 바퀴 둘러보고 일두 선생의 고택을 둘러보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경상도 2012.06.09

천년의 숲 함양 상림과 연꽃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 위치한 상림(천연기념물 제154호)은 함양 서쪽 위천의 호안림이다. 신라 진성왕 때 최치원 선생이 함양 태수로 있으면서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따라 조성했으니 천년이 넘는 숲이다. 상림은 길이가 6km, 면적은 100만m²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세월이 흐르면서 중간 부분이 끊기고 상, 하림으로 나뉘었다가 현재는 상림만 남아있다. 상림이 국내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가장 오래된 인공호안림으로 생태하천으로 조성되었다는 점, 다양한 활엽수 120여종 2만여 그루가 혼합된 숲이라는 점, 생태적으로 안정된 숲 구조 때문에 사계절의 변화를 잘 보여주면서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숲 곳곳에 최치원 선생을 기리기 위한 문창후신도비, 함화루, 사운정 등의 시설물이 있다. 최근에 6..

경상도 2012.06.09

거제시 신선대와 학동해수욕장

거제도 바람의 언덕이 성형미인형 관광지라면 건너편에 있는 신선대는 천연 무공해 미인 관광지이다. 아담하고 거무스름한 자갈로 이루어진 둥근 해변과 잘 생기고 오묘한 보라색이 매력적인 바위들... 신선대에 올라서서 주변의 작고 다양한 섬들을 조망하는 것도 눈맛이 참 좋다. 듬성듬성 보이는 노란 유채꽃과 거무스름한 바위가 어우러져 약간은 제주도 분위기가 난다. 나오는 길에 주차할 곳이 없어 멀리 떨어진 언덕에 세운 우리 차를 찾아갈 때 조망한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의 원경도 아주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학동 몽돌해수욕장에 들러 잠시 바람을 쐰 후 늘어진 시간 때문에 나머지 답사를 취소(?)하고 서둘러 귀경하는 길은 교통지옥이 따로 없었다. 중간에 휴게소도 들르고, 일행 중의 한 분이 자칭 '탄생지'라는 무주 설..

경상도 2012.06.08

거제시 도장포 바람의 언덕

바람의 언덕은 거제시 도장포 진입로를 사이에 두고 신선대와 양쪽으로 나란히 있다. TV 오락프로그램인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한다. 나도 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자주 놓친다. 어리버리한 김종민도 좋고, 잘 생긴 이승기와 엄태웅도 좋고, 초딩 같은 은지원도 좋고, 소리 꽥꽥 지르며 오버하는 강호동은 싫고, 새로 영입한 운동선수는 요즘 주말마다 싸돌아다니느라 한 번도 못 봐서 모르겠고...(지금 내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원, ㅋㅋ,,,) 편도 놓쳐서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 모른다. 현장에 가니 1박 2일에 나왔다는 곳은 난리도 아니었다. 이화동 천사날개 벽화 사건을 생각하면 그게 꼭 좋은 건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혹은 나홀로....에서 가끔 촬영지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에 한..

경상도 2012.06.08

소매물도3

이 곳에서 내 사진을 한 두장 찍고 싶었다. 남의 사진을 수도 없이 찍으면서 가끔씩 나도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 있는데 내 사진은 정작 거의 없다. 어쩌다 찍힌 것도 구도가 엉망(!)이거나 내 신체의 엉뚱한 곳이 화면에서 싹뚝 잘리기 일쑤이다. 최악의 경우는 일본의 우에노 긴자공원 두루미상 앞에서 지나가는 이에게 부탁을 했더니 단두대에서 잘린 것처럼 달랑 목만 나왔다! 소매물도에서는 카메라 들고 한참을 기다리다 일행을 만나서 겨우 한 컷을 건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등대 윗부분이 잘렸다! 바람의 언덕에서는 풍차가 잘리고, ㅠㅠ... 남과 함께 하는 여행을 하다보면 사진을 찍는 것 때문에 가끔 서로가 예민해질 때가 있다. 부탁을 하는 입장에서야 당연히 어렵게 부탁을 한 것인데 거절하기도 그렇고 굼띤 동작..

경상도 2012.06.08

소매물도2

소매물도는 번듯한 신식 팬션과 낡은 현지인의 집들이 잘 어울려 있다. 새집이나 옛집 모두 붉은 지붕색들이 파아란 바다와 어울려 강하게 인상에 남는다. 소매물도의 등대섬에 등대가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유명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얀 등대는 적당히 아름다운 섬으로 머물렀을 소매물도를 경관 좋은 대표적인 섬으로 각인시켰다. 깎아지른 직선 같은 공룡바위도 볼 만하지만 그것 역시 소매물도를 비경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 아쉬움을 매워주는 것이 등대, 빨간 지붕 같은 인공물이다. 비경이라 하기에는 2% 부족한 자연과 사람이 편의를 위해 만든 조형물의 묘한 조화가 소매물도를 가장 돋보이게 한다. 물건은 조촐하다. 김과 미역, 말린 옥수수 수염, 유자청, 산나물 등... 남해안 지역의 해상밀수를 감시하기 어선..

경상도 2012.06.08